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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본문

arts/책

나쓰메 소세키,『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cassy 2019. 8. 21. 03:00

 


<고양이의 눈을 빌려 인간의 세상을 말하다.>

1. 동물

동물과 책을 연관 지어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최근 동물권과 반려동물에 대한 이슈들이 한국사회에서 동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나는 햄스터, 고슴도치, 물고기 등의 작은 동물들을 키워본 적이 있다. 정이 든 생명체를 떠나보내는 일은 나에게 늘 고되고 슬픈 일이었다. 그래서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큰 동물을 키워보고 싶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 만큼 이별이 어려워질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책임감의 측면에서도 자신의 생활도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나는 '랜선 집사'로 머물고 있다. 반려동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동물권에 대한 인식도 높아짐에 따라 관련된 책을 골라볼까 싶었는데 잘되지 않았다..

 

2. 고양이의 눈으로 본 세상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도 전혀 모른다.

어두컴컴하고 눅눅한 곳에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만 기억한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 인간이란 것을 보았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현대 시론 수업에서 처음 접했던 작품이다. 수업에서 교수님이 다루신 책은 아니었는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일본 근대 소설의 효시로 여겨지고 있으며 메이지 유신 이후 일제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한국 작가들도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꼭 읽어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고 싶어졌던 기억이 난다. 작품이 메이지 시대에 쓰인 것을 생각하면, 시대의 전환기에 인물들의 생활은 보통 혼란스럽기 마련인데 "주인은 서생이라는, 가장 영악한 종족이라고 한다"라는 구절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한 지식인으로서의 자의식이 반영되어 자신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여기는 면모도 살펴볼 수 있다.

책은 주인 구샤미를 비롯하여 그의 가족과 주변 인물을 고양이의 시선에서 관찰하고 있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묘사하며 인간의 위선과 교양을 풍자하는 지점이 재미있었는데, 실제로 고양이를 키워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보면 정말로 자기 자신을 '이 몸'으로 여기며 인간 세상을 냉소적이게 꿰뚫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작중 인물들은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데 고양이의 주관적 해석에 따른 것으로 그들의 이름 또한 고양이가 그렇게 부르는 것이지 진짜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것이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3. 고양이의 죽음

소설은 특별한 사건이 전체 내용을 이끌어간다기보다는 고양이의 관찰, 묘사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관찰자인 고양이의 출생과 죽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사람이 죽음에 대해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는 어떠한 사건이 존재한 이후라고 생각한다. 고양이가 '죽음'을 인지하게 되는 것도 자신이 연모하던 옆집 고양이가 죽고 나서이다. 귀여운 외모로 주인에게 사랑받았던 옆집 고양이가 허무하게 죽고 말자 그는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인생무상을 깨닫는다. 나도 처음으로 죽음을 인식하게 되었을 때 인생무상을 느낀 적이 있다. 하지만 '고양이'의 죽음은 나에게 너무나 갑작스럽고 허무하게 다가왔다. 인간사를 날카롭게 꿰뚫고 플라톤을 알 정도로 똑똑한 고양이가 맥주를 마시다가 독에 빠져 죽고 만다니...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물 위에 떠 있었다. 괴롭고 숨이 막혀서 사방을 박박 긁었지 
만, 긁어 보아야 물뿐. 긁고서는 또 허우적댔다. (중략) 앞발도 뒷발도 머리도 꼬리도, 자연 
의 힘에 맡기고 저항하지 않기로 했다. 점차 편해진다. 고통스러운 것인지 다행스러운 것인 
지 모르겠다. 물속에 있는 것인지 다다미 위에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간다. 어디에 어떻 
게 있든 차이가 없다. 다만 편할 뿐이다. 아니 편하다는 느낌조차 없다. 세월을 베어 버리 
고, 천지를 갈가리 부수어 신비의 평온함으로 들어간다. 나는 죽는다. 죽어 이 평온함을 얻 
는다. 평온함을 죽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기쁘고 기쁜지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p.447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고양이는 어떻게 자기 자신을 고양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일까? 고양이의 눈을 빌려 당시의 시대를 말하는 방식이 재미있고 지금 읽어도 인물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알기 힘든데 고양이의 시점을 그럴듯하고 섬세하게 그려내는 것이 작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고양이가 죽음을 맞이하며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되는 듯한 결말부는 큰 씁쓸함을 남겼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10년 전후를 웃돈다고 했을 때 나에게는 10년의 시간이 그의 삶에서는 평생이라는 것이 생각하면 슬퍼진다. 하지만 사람의 삶도 그렇다. 우리 각자의 시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이 삶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고, 우리 삶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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