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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4 서울 나들이 본문

d[idea]ry/journey

19.07.14 서울 나들이

cassy 2019. 7. 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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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의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를 보고 그냥 기분이 순식간에 나빠졌다. sns로 남자를 만나 ‘쇼핑카드에 골라 담듯’ 결혼하고 이후에도 sns를 통해 맺어진 관계에 의지하는 주인공. 결과적으로 그녀의 삶이 사정없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주인공이 농락당하는 것 같아서, 설계된 계략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게 모두 그녀가 믿어온 한 남자에 의한 것이고 . 진실을 마주하면 깨져버릴것 같으니 차라리 돈을 지불하겠다는 ..립반윙클의 대사도 너무너무 !!! 황당하고 자기가 겁쟁이임을 피하는 태도라 기분나빴다. 상대의 진심이 무서우니까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게 싫으니까 그냥 회피하고 싶은 태도인거잖아.. 무튼 3시간 동안 영상미도 아름답고 내가 뭘 본거지 싶었음 - 극적 상황이 평범한 인물에게 일어나고, 이게 어떤 일이 있어도 삶은 흘러간다는 것이 감독이 의도한거라면.. 그걸 느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일본 특유의 음침하고, 사람 농락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확 다운됐다.



​2
영화를 보고 짜증이 확 났다. ( 김영하 작가가 예종에 교수로 재직할 때 학생들에게 짜증난다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짜증이라는 단어는 여러가지 감정을 복합적으로 담고 있어서 그 감정을 인식하는 것을 해친다고 이유를 말하길래 짜증을 대체하는 분명한 단어를 쓰려고 노력하려 하는데 이건 복합적인 짜증을 담고있어서 이 단어 외에 생각이 안남ㅠ)

sns를 통한 관계나 미디어, 빅데이터에 갑자기 관심이 쏠렸고, 이 불쾌함? 기분나쁨에 대해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결과적으로 정리라기 보다는 기분 나쁜 ‘감정의 해소’ 는 할 수 있었다. 이건 내가 인터넷과 sns를 사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이상 힘들듯 . 영화의 영향 탓인지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단체카톡방 도 (장단점이 있겠지만) 당장은 피상적 관계의 상징이라고 여겨지고 , 지난 몇일동안은 sns를 덜 하게 되었다. 이렇게 티스토리라는 익명의 공간으로 도피해서 생각을 풀어놓는 글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3
국립현대미술관- <불온한 데이터>관람
생각해보니 ‘불온한’이란 단어를 느낌상으로 이해했지 정확한 뜻을 알지는 못했다.불온한 당신만 떠올렸다. 찾아 보니 불온하다는 단어의 의미에 대한 논문도 있었는데 좀 읽어본다는 것이... (다운만 받고 안읽음)

1.온당하지 않음
2.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음

<불온한 데이터>는 이 두가지 의미를 다 함축하고 있다. 현대 사회 불온한 빅데이터를 소재로 하여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달하고 있음. 데이터를 독점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선택적으로만 개방하고, 사용하는 이 사회.

​나의 가치를 이 빅데이터 따위가 수치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나중에 내가 창작자가 되다면 이 수치화된 데이터에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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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보고 싶은 전시기는 했는데 요새 방구석 지박령인 나의 상태상 보러갈 일이 있을까; 싶었다. 아르코공연예술기록원도 그렇고 날씨 때문에 몸 때문에 오늘은 집에서 식사하고 싶어서 등 사소한 이유들로 나는 집에 있기를 원한다. 밖에 나가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지만 역시 이 상태가 좋다고 고집하는 것도 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가는 것도 도전이고, 어떤 것이든 하기싫다는 마음을 뒤로하고 일단 해보면 분명한 성장이 있는 것 같다! 지난주 목요일 .. 어쩌면 몇달 전부터 간다고 했는데 아직도 안 간 예술자료원 ㄷㄷ;; 수요일에는 꼭 서초동에 다녀올거다.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허했는데 혼자 전시를 보니까 머리가 좀 정화되는 것 같고 좋았다 . 아무런 생각 없이 다리가 움직이고; 멍하니 보고 있어도 된다는거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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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 일대 나들이 with Y
요새 워낙 내가 정신 없고 , 나도 지치다보니 사실 친구의 힘듦을 어렴풋이 알아차리고 있음에도 평소처럼 보듬어주지 못했다. 어떤 미안함 때문에 전화를 걸었던 것이었다. 선뜻 나와준 Y의 얘기들을 듣다보니 최근에 내가 무신경했던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고, 정말 고마웠다. 기본적으로 스스로의 정신+몸건강의 잘 챙겨 주변 사람도 ( 더 잘 )챙길 줄 아는 사람이 되자 🙏🏻 내 마음이 일단 풍요로워야 하는데 요새 워낙 삭막해지다보니 내면이 아주 쩍쩍 말라있다 ..ㅠㅠ 아래의 사진들 중 첫번째 두 장은 혼자 국현미 걸어가면서 찍은 해당화와 한옥집 요새 내가 꽂힌 과자 화이트하임 먹으면서 걸어가고 사진 찍는데 마음이 몽글몽글 포근해졌다:D

J에게 선물받은 팔찌와 지금 하고있는 팔찌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또 다른 팔찌를 선물받았다:)
나른한 고양이.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도 꿈쩍하지 않는 저 나른함과 권태로움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 내게 여유의 시간을 선물해준 Y에게 고마웠다. 나의 인복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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