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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결핍과 , 관계성에 대해 본문
윤성희 ,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
“물건들은 몇 달쯤 나를 기다리다가 결국 지쳐 스스로 색이 바랠 것이다…”
당신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유턴을 해야겠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있었다면 그 때 어떤 심정이었고,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 각자가 그것에 반응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누구나 살아가면서 소외와 결핍을 경험한다.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는 . 소외와 결핍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와 관계맺기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결핍과 관계성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하게 한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의 경계에 놓여있었던 ‘나’는 문장 속 물건들처럼 주인공은 버려져 지친 상태로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있다. 작가는 ‘나’를 포함한 익명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무거운 주제를 담담하면서도 유머 있게 표현하며 관계성과 연대의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결핍을 가진 존재들의 유쾌한 보물찾기
“사실, 저에게 보물지도가 있는데 생각 있으시면 같이 찾으러 가실래요?” 고등학생치고는 꽤나 천진난만한 물음이다. 그리고 네 명의 어른들은 학생을 운전면허를 따고, 차량을 구매하고, 보물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등 보물을 찾기 위한 여정을 준비한다. 이들의 태도는 꽤나 재미있다. 그리고 그만큼 이들이, 삶에 있어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어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어 씁쓸한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결핍을 사람이 살아가는데 정체성을 구성하는 가장 큰 축이라고 생각한다.
결핍은 왜곡된 욕망으로 등장할 때도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던 결핍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화자인 ‘나‘ 는 태어남과 동시에 어머니의 죽음을 겪었고, 어린 나이에 쌍둥이 언니의 죽음을 겪었다. 복잡한 가정사와 가족의 죽음은 나에게 있어 큰 결핍이다. 지하철기관사 Q는 승객의 자살을 직접 목격한 것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매운 것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하는 W도 유명한 여배우인 엄마를 두었지만 본인은 그림자 같은 존재로 목욕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을 보아 결핍이 그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고 느껴졌다.
연대의 가치 : 소수자들의 연대와 그 가치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의 신분이나, 직업이 정확하게 묘사 되어있지는 않지만 이들의 삶은 상처로인해 흔들리고, 심적으로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로 그려진다.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남자. 목욕탕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여자. 그리고 가족을 다 잃은 나. 작가는 상처받고, 약한 이들을 보물찾기에 동참하게 하여 이들 사이에 관계성을 그려내고 있다. 이들의 삶을 동정하지 않고,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책 : 파울로 꼬엘료의 <연금술사>
소설을 읽으면서 파울로 꼬엘료의 <연금술사> 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책에서 주인공은 보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 바퀴를 돌아 결국 도착한 곳은 원점. 보물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주인공은 그 여행을 통해 ‘자아’를 마주하게 된다. 물론 위의 소설이 교훈적인 내용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하다고 여겨졌었다. 소설을 읽고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내가 놓치고 지나갔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보물을 찾아 떠나는 성장 영화 속에서 반전은 없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언제나 예견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현실이 그렇게 낭만적이고, 나의 인식만으로 내 삶을 변화시키는 것에 한계는 있다. 하지만 일상의 것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내 삶에 특별한 의미로 가져온다는 것은 보물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