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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마지막 날. 본문

d[idea]ry

2020년 7월 마지막 날.

cassy 2020. 8. 1. 02:17

 

 

 

다시 1학년 1학기. 한 학기를 무사히 끝냈다. 미루고 미루다 마감이 닥치면 해치우는 타입이라 종강 전 한 달은 굉장히 정신없게 지나갔다.  지지난주에 종강했는데, 밀린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어느새 8월이 목전에 와있었다. 종강과 맞물려 아르바이트를 하나 시작했고, 대외활동에서 인터뷰를 하나 진행했다. 종강 직전 학기 자체에 대한 복합적인 아쉬움의 반작용인지 열정이 넘치는 'E'형 인간이 되어 부과대가 되었다. 졸업공연도 지원하고, 극장식구도 지원하고, 동기들과는 스터디 2개를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았나 늘 그렇듯 과유불급.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주객전도되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되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노는데 살짝 피곤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상황에 아차 싶었다. 이후 사람 만나는 것은 귀찮은데 약속은 너무 많고, 스터디에 뭐에 귀차니즘이 몰려와 미친 듯이 후회했다.

나는 계획을 열심히 세우는 편이지만 계획을 잘 지키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늘 계획 안에 없던 것을 고르는 사람이다.(그럴꺼면 계획 왜 세우고 왜 고민함? 이것저것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최선의 방식이라고... 합리화해보지만 무튼 나로서도 나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언젠가부터 세워둔 계획이 뒤틀리는 것이 익숙해졌다. 학교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었고 지금도 내려놓으려 노력하는데, 종합대학(그것도 네임벨류 높은)에 소속된 예술대학이라는 것이 나를 힘들게 하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단일 예술대학을 선택하지 않은 나의 자격지심인가? 싶었는데 학교를 다니는 한 끊임없이 취업이나, 예술의 쓸모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들이 무섭다. 또한, 복수전공 등의 가능성으로 다른 길에 대한 가능성과 유혹들을 떨쳐내는 것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아직은 익숙지 않다.

 

*현재의 가결론= 예술만능주의식의 사고는 멀리하고 냉철하게 현실감각을 유지하고, 직업 예술인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

 

대신, 작업을 함께할 친구들을 만나고자 하는 것이 거의 나의 유일한 목표였다. 그런 면에서는 실망이나 아쉬움이 남았던 것은 사실이다. 선배들, 타과생들과 교류를 해보고 싶고, 사실 고민 끝에 그동안 쌓아온 나의 인적 인프라! (멋지고 반짝반짝한 재능 넘치는 사람들)를 왜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 늘 고민의 답은 나의 주변, 또는 나에게 있다.

완전히 코로나 탓은 아니지만 어느 때보다도 내가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기를 겪고 있다. 이렇게 고민할 줄 알았으면 입시 시작 전에 미리미리 고민하고 선택했음 좀 좋아?(그때는 나의 방향은 오로지 이쪽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실감한다.) 곰곰이 따져보면 나는 생산성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이 쓸모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더 이상 내가 고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공연예술계가 어떻게 될지? 변화를 겪고 어떻게든 생존할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매체가 등장하고 , VR 기술이 나와도 연극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한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보면, 나의 고민은 코로나 이후 공연예술이 당면한 고민과는 별개의, 개인적인 차원의 고민이다. 음 아니다. 왜 예술가는 가난해야하지? 경제력과 안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성향(누구나 안전을 추구하지만 ,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과연 그런 타입인가?) 내가 고민하는 것은 예술을 하면서 부모님을 부양하고(최소한 짐은 되지 않으며)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을까. 노동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다. 예전에는 한량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못 될 것 같고, 그냥 예술을 직업으로 삼는 노동자로 인정받고 싶다. 직업은 예술가인데 그 분야에서 직업적 전문성을 인정받고, 노동에 대한 물질적, 사회적 대가를 받는 사람.

 

공연을 혼자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에게 공부고, 기록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사람들과 함께하면 즐거운 만큼 공연보다 그 만남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혼자 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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