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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5 고민들.

cassy 2021. 9. 16. 23:12


이번학기 수업을 듣는 과목들이 상호 연관성도 있지만 상호 충돌하는 부분이 명확히 있다 그래서 좀 많이 혼란스럽다. 하나만 공부해도 그것의 좋고 그름을 판별하기에 앞서 나는 그것들을 습득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있는지도 점검하기 어려운데…수업들은 너무 좋지만 너무 많은 정보들을 내가 어떻게 필터링하며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텍스트와 드라마 . 정치성.
희곡작법과 소수자 문화와 디아스포라.
노동, 소수자에 대한 희곡을 쓰시는 연출님의 수업. 희곡의 구조와 이야기에 대해 배운다. 모든 사람이 교수님 처럼 정치적인 희곡을 쓰진 않겠지만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고, 그것들의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연구한다. 나는 무엇을 보고, 어떻게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 나는 이번에 연극을 할 때에도, 내가 연극을 볼 때에도 지금 이 텍스트와 공연이 단순히 연극의 세계 안에서 끝나지 않기를 원한다. 관객에게, 현실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어떤 의미에서 내가 나의 정체성을 소수자로 인식하는 이상 내 텍스트는 필연적으로 정치성을 띄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적 측면이 대한 작가 및 사회적 배경 연구, 문학이라는 매체가 텍스트라는 형식을 필연적으로 차용할 때 어떤 차이를 생산할 수 있는지, 언어와 형식을 탐구하는 강의가 소수자 문화와 디아스포라 문학 이다. 이 수업에서 들뢰즈 가타리와 카프카, 그리고 현대 문학의 소수자들의 언어를 탐색하고 텍스트의 정치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거칠 것 같다.

지금 혼란이 오는 부분은 텍스트적 탈피를 통한 탈주와 드라마의 형식적 실험 내의 탈주에 대해 둘 다 배우다 보니, 대체 뭘 어떻게 선택하고 무엇을 우선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건 내가 어떤 연극을 좋아하고, 어떤 공연을 만들고 싶은지의 문제와 연관된다. 좋은 공연과 별로인 공연은 나눌 수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내가 하고 싶은 극은 무엇일까? 아홉살 인생에 학생을 체벌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 때 나는 사실 재현의 문제를 제일 고민했다. 하지만 장면을 보신 교수님은 재현의 문제를 생각하기에 앞서 사물과 배우를 사용하는 , 재현을 애매하게 사용하는 이 형식 자체를 고민해보라고 하셨다. 장면이 조잡하다고..나는 교수님의 시선에서 내가 부수적인 것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젊고, 여성 예술가로서 교수님보다 더 많은 자기검열을 하는 걸… 텍스트적으로 시도하는 것과 형식적 시도를 구분할 수 있는지?도 헷갈린다. 나는 아직 드라마를 버리고 싶지 않는데 드라마적 완성도를 갖고 어떻게 새로운 시도들로 신선하게 가져갈 수 있을까? 너무 많잖아. 과연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는 뭘까.

이번에 확실히 정한 것
1. 나는 연기 지도사가 아니다. 배우의 역량, 배우에게 끌어낼 수 있는 것들을 제시할 수 있지만 나 스스로도 정답에 가까운 길은 있지만 내가 표현하는 것이 아니기에 정답을 상정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우와 소통은 잘 해야한다.
2. 나는 마냥 부드러운 사람은 아니다. 작업을 할 때에는 의식해서라도 딱딱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일전에 세온언니가 직설적인 것과 감정적인 것은 다르다고 했는데, 내 입장에서는 직설적인 것인데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처음부터 너무 잘해줘서 그렇다. 차라리 늘 직설적이자.
3. 연출의 권위 라고 하기에 너무 꼰대같은 말이고, 진짜 학교에서 수평적 작업방식 선후배 위계 엄청 경계해서 나도 엄청 조심스러웠다. 결과적으로 연출에게 독이 됐다. 사람들이 많다보니, 하나 하나 들어주면 나도 어느순간 주도권을 뺏겼다 느낀 순간들이 있었고, 그사람들이 나랑 신경전 하려했다. 연출의 결정을 존중하는 문화는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 처음에 못 박고 시작해야지.

다음으로 현대공연예술미학과 단편연극제작실습 수업. 이 수업은 상호 연관성이 아주 짙다. 포스트 모던으로 시작하여 연극의 드라마 탈피 포스트 드라마를 연구하는 대학원 수업이다. 정말 재밌고,, 기존에 연연기에서도 수행성에 대해 많아 다뤘어서 더. 국민대에서 포스트드라마 수업 들어서 한스 티스 레만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것도 수업에 흥미를 갖고 집중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포스트 드라마 공부는 너무 재밌어,

하지만, 일단 이전에 내가 포스트 드라마 자체에 회의적이게 된 이유 : 엘리트중심주의, 결국 연극을 소비하는 소수 집단만 연극을 향유하여 확장성을 잃어버리게 될 까봐.

또 포스트 드라마에서는 결국 연극이라는 매체 자체가 맞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공연의 작업방식이 좋은 것인지? 연극이라는 것이 고정적 실체를 갖지 않은, 언제든지 변하는 개념으로 존재할 때 나는 무엇 때문에 연극을 고집하고, 어떤 연극을 하고 싶은 것일까?


이 두가지 고민들이 머리에 뒤섞여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텍스트의 의미를 발견하고, 구성하는 것, 내 글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것
-글을 연극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매체의 특성을 어떻게 활용하고, 나는 어떤 가능성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건 글을 쓰고 연출도 하고 둘 다 하려고 해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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