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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dea]ry

Love It If We Made it

cassy 2019. 7. 2. 14:33

 

 The 1975의 Love It If We Made it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We're just left to decay

Modernity has failed us

I’d love it if we made it 

 

 

  1. 최근 , 영화건 연극이건 '연출을 잘 한다' 라는 것이 점점 눈으로 보이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아직 미숙한 단계니 뭐 기준점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어떤 부분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다는 것이 시청각적으로 보이는 느낌. 그래서 작품을 보는 것이 더 재밌고, 설레는 것 같다. 나를 설레게 하는 작품들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 어떤 방식으로든 작품을 보는 눈이 생겼다는 의미로 봐도 좋을 것 같다. 

 

 넌 어디에서 일하고 싶니? 

  최근 J에게 가장 인상적인 질문이었다는! 그 집단의 정체성과 나의 정체성이 어떻게 연결되고, 그 안에서 발현되는 나의 역량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그의 말에 나도 나는 어디에서 일하고 싶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기관이나, 단체에 소속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었는데. 요새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 보니 학교를 제외하고 특정 집단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잘 안 해본 것 같았는데, 연극이나 이론 공부를 통해서 내가 어떤 성향을 가진 집단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뭘까? 

사건 구성이나 이야기 소재를 참고하기 위해 영화를 자주 보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을 쭉 보고 있다. 그리고 이전에도 줄곧 생각해오긴 했지만, 확실히 스토리를 써야 하니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그것들이 내 관심사나 나의 삶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로 엮어지다 보니 나의 화두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내 인생 영화 3개를 떠올렸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성, 

-아비정전: 반환기의 홍콩, 아비(가족내 결핍), 혼란스러운 사회분위기와 흔들리는 개인

-헤드윅: 사회의 규정 속, 영원한 타자 헤드윅이 그를 억압해온 코르셋을 집어던지는 이야기 

 

+ 지금 내가 인생영화라고 뽑는 것들은 내용적 측면+ 표현 방식이 내가 좋다고 느낀 것이었는데 다시 보면 연출이 분명하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 얼른 다시 봐야겠다:)

 

 

  2. 요즘 나의 내면은 나름의 안정상태를 맞이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자기개발과 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나 자신의 목표와 꿈에 대한 열망으로 불타는 느낌이다. 더 잘하고 싶고, 열심히 공부하고 싶고 연애라던가 사랑 등 기본적으로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감정들이 굉장히 소모적이라고 여겨져서 그것들의 방해 없이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다고 친구를 안 만나는 것은 아니고, 중심이 나로 잡히니 내 주변의 상황들을 나를 기준으로 이해하고 내가 제일 중요한 선택 기준이랄까?! 책 욕심도 정말 많고, 머리가 여러 개여서 여러 책들도 한꺼번에 다 읽어내고, 잠도 안 자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 중. 하지만 , 결과가 바로 산출되지 않는다는 특성상 조급함, 답답함은 늘 있다.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아서 풀이 죽는 날에는 밤에 폭풍 베이킹하면서 푼다. 반죽을 마구 휘저으면서 완성된 디저트를 보면 바로바로 결과가 보이니까 뿌듯하고, 긴장도 조금은 누그러진다. 심적으로 안정되고 이런 생각들로 최근에는 사실 글쓰기도 잘 하지 않았다. 머리가 복잡하면 마구 풀어내고 싶은 욕망이 나에게 있기 때문인데 상대적으로 덜 그래서 그랬으니까. 

 

   [香, 時間, 靑春] 순간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사실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가족과 식사를 하면서 웃는 순간. 이 시간들은 그냥 흘러가버리고, 내 기억 속에 영원히 박제된 상태로만 기억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의 향수 중 기억은 물리적 공간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 우리는 과거를 다시는 체험할 수 없다는 말이 너무 인상 깊어서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요새 더 잘 느끼고 있다. 정말 이 시기 23살의 나의 삶을 나는 오래오래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안정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나는 가늠 할 수 없다. 스토리 구조를 배울 때 안정상태는 곧 사건이 시작될 징조라고 보았다 ㅋㅋ... 그래서 늘 사건은 안정상태로 결말부에 접어들며 균형을 찾다가 또 균열이 생겨나고~ 무한 루트!!! 

 

  포지셔닝(Positioning) : 너는 (사회 속에서) 어느 위치에 있니?

  음 여태까지 나를 괴롭혀오는 나 자신에 대한 이해, 정체성과 나를 억압하고 규정하려는 틀에 대해서 난 계속 고민했다. 최근엔 페미니스트로서, 나의 입장과 태도, 생활방식, 그리고 예술 작품에서의 폭력적 재현과 표현방식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 등등에 대해서 고민이 참 많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글쓰기도 잘하지 않았다. J가 어제 과제를 제출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줬는데, 나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재수때 !  나는 두려운것이 참 많았다. 유학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고 맛보기로 다녀온 자원활동에서 인종차별과.. 타국에서의 인간관계 고민.. 향수병이었을지도.. 무튼 난 겁을 먹고 한국에 남기로 했다. 가부장적인 남자가 무섭고, 불만사항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들도 그냥 싫었다.  사회적 기업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상경계열을 지망하다가 갑자기 내가 예술학교를 가고 싶다니까 "왜 너가 예술을 하고 싶니?"라는 질문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 진로에 대한 진정성을 정해진 시간 내에 나를 둘러싼 상황적인 맥락 그리고 나의 환경 전체를 통틀어 이야기 해야 하고 내 머리로 대충 하나둘 생각한 것 말고 정리된 언어로 상대방을 설득시켜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 너무 힘들었고, 다크투어리즘의 과정 자체도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건드려서 날 더 움츠리게 만들었다. 여러모로 목적의식이 제일 흔들렸다고 해야 할까. 당시 내적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워지다 보니 , 객관적인 눈으로 나를 인식하지 못했다. 감정의 소용돌이에서만 허우적거리고.. 

 

  3. 계간지에 수록된 논문 위주로 페미니즘 이론들을 찾아서 읽는 중인데, 최근 구매한 <교차성X페미니즘>을 잘 읽고 있다. 글이 잘 읽히기도 하고, 내가 경험한 인종차별이나, 아르바이트생의 설움, 성 정체성, 부모님의 사회적 위치, 내가 사는 곳, 내 진로, 나의 경험이나 배움의 척도 등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과 연결되어 공감이 많이 된다. 자유주의(liberal) 페미니즘은 모호하게 느껴지는 포인트들이 있었는데(정확하지는 않지만 어감 자체에서 마치 미소지니를 여성 혐오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혐오의 의미를 두고 뉘앙스의 차이로 인한 견해 차이가 벌어졌듯이 ) 아니라 교차성(intersectionality)라고 번역한 것이 더 잘 와 닿는다. 난 래디컬이냐, 교차냐 이 둘 중 하나다! 이런 이분법적인 태도가 아닌 점점 나를 찾아가는 과정, 나를 둘러싼 구조적 억압과 모순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를 해나가고 있고, 이 과정이 어렵지만 매우 즐겁다. 사람들도 만나고 책과 글을 충분히 읽고, 머리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잘 이어 붙여 정리해보고 또 글을 써봐야겠다. 

 


 

**글쓰기 개선 목표

1. 명확! 정확한! 글쓰기 (글을 꾸미지 않아도 된다) 

2. 글 전체의 통일성 내 글들은 늘 쓰다보면 분산된다. 블로그는 굳이 글의 개요 같은 거 안 짜고 타자로 그냥 일단 써버리니까 이해된다고 쳐도,, 공적인 글을 쓸 때 글의 통일성을 꼭 검토해야겠음!!!!  목적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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