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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sy 2021. 7. 6. 02:38


한편으로 정당화 될 수 없는 말이라 생각하지만, 연극 또는 공연 자체가 내 삶의 존재이유를 증명하는 방식, 계속해야 하는 이유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21살의 나는 과연 22살의 내 삶이 지속되어야 하는 의문에 쉽사리 답을 찾지 못했다. 그냥 이대로 끝나도 뭐 ,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으니 실망도 없고, 더 큰 실패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 이었을까.

그래서 1년만 버텨보자고 생각했다. 목표하던 학교에 떨어졌지만, 내 다음 1년은 지속되었다. 그리고 무지몽매하게 연극에 목을 메며 공연을 보러 다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뭔가를 진짜로 너무나 좋아하면 결코 좋아하는 마음의 총량은 언어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무엇을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연극을 좋아한다? 라는 말은 사실 잘 모르겠었다. 그냥 연극 입시로 학교를 다시 가고싶었고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었고, 어쨌거나 나는 전혀 관련 없는 전공으로 대학을 다니며 매주 2회 이상 1년 동안 공연을 보았다.

내 행동만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창작이 내 일이 될 미래. 그리고 내게 주어지는 과제들을 해치우다보면 나는 과연 어떤 의미의 창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의구심이 든다. 연기가 자욱한 공간에서 방향 감각을 잃은 느낌이다. 내가 해야 할 것들과 해내야 하는 것들은 분명하고, 항목화되어 있는데 손으로 잡으려 할 수록 되려 더 멀어지는 기분이다. 지금은 연극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연극을 그만큼 좋아하나? 그만큼 보러다니진 않는다.

마음이 허하다. 연극 볼 때 나는 종종 허함과 공허함을 느꼈다. 그 기분이 좋았다. 마음이 텅 비고 혼자가 되고 나서야 진정 내 삶과 본질에 대한 사색들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연극의 장르적 구분이 모호해지고, 온라인 상영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본질적으로 연극이란 장르 자체는 공연이 끝나고 사라지는 ‘찰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나같이 기억들과 과거, 주변의 것들을 붙잡고, 온전하게 기억하고 싶어 집착하는 사람이 연극을 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군. 어쨌건 공연을 통해 사라지는 법을 배워가려 한다; 필연적으로 이별하고, 파멸하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나 또한 영원히 사라지는 연습.

영원히 사라지는 연습을 하고 싶은 나와. 연극이 삶의 목적이어서도 안되고, 내 삶을 그렇게 두고싶지 않은 내면의 갈등이 계속된다. 내가 꺼낼 수 있는 이야기들은 너무 깊숙히 박혀있고, 분명 그것들을 끄집어내어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모호하며, 아직은 그 과정들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것이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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