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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공연

연극, <철가방 추적작전>

cassy 2019. 4. 15. 01:37

2019.04.14

 

김윤영 원작, 박찬규 각색, 신명민 연출, 두산아트센터 기획 제작

 

 

‘열혈 교사의 가출 중학생 찾기’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두산아트센터가 기획 제작하는 두산인문극장의 올해 키워드는 아파트다.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아파트 이슈를 강연, 연극, 다원예술,전시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그 중 연극 <철가방 추적작전>의 원작은 소설로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함께 다니는 수서의 한 중학교를 배경으로 하여 임대아파트와 결부된 사회적 문제, 사회적 약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목 그대로 철가방( 타고 배달 다니는 ) 학생을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극의 시점은 ‘봉순자’라는 선생님을 통해 전개되지만 실제의 주인공은 임대아파트에 살아가는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이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사회가 학교라는 제도로 안전하게 보호해 줄 수 없다는 것이 교육제도-교육 불평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였다. 임대 아파트나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다기보다 간접적으로, 아이들의 서사 속에서 자연스레 문제의식을 느끼게 했던 작품이다.

 

생각해보면 16살은 정말 어린데.. 아이들에게 어른스럽기를 강요하는 것이 사회적 안전망에서 벗어난 아이들에게 더 강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했다. 원작에서는 극의 후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정훈이를 아이 같은 면을 가진, 미술을 하고 싶어도 가정 형편 때문에 그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현실이 버거워 엉엉 울어버리고 바는 아이로 표현한 각색이 개인적으로 좋았다. 

 

대학을 가면 임대아파트에 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선생님이나, 학교에 돌아갈 바에 알바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느껴 어쩔 수 없이 알바를 하고 있는 학생이나.. 이들의 결말은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연출님의 말에 동의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고 선생님은 그저 위안을 건넬 수밖에 없다는 결말은 일시적 봉합이고, 그들의 삶을 결코 바꿀 수 없다는 현실이 무력감을 느껴지게 하는 측면은 있지만 설득력 있었다. 극 내에서 현실이 긍정적인데, 극 밖에서 현실이 부정적이라면 그것이 더 끔찍할 테니 오히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결말이 더 낫다.  

 

 

 

살(賣買) 집 말고 살(住) 집을 원해요

 

뭐 지금은 빌라에 살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아파트에서 살았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서울의 초대형 규모의 모 아파트 단지였다. 재건축 아파트로 매매가에 비해 전세가가 현저히 저렴한 아파트였기에 분명 아이들 사이에서 집이 전세냐 자가냐 하는 비교가 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분명 기억한다. 

 

또 우리 부모님은 내가 태어날 때 그 집을 사셨다. 재건축 될 줄 알고 샀다던 그 집이 지나치게 늦게 헐리는 바람에 우리는 그 집에 10년을 살았지만 그 집이 주거용인지 투자용인지는 늘 모호했다. 아빠를 닮아 부동산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부동산 때문에 지지고 볶고~ 투자를 통해 이득을 보려는 부모님을 극혐 하는 나의 이중적 태도는 짜증 나지만 나의 모순이고. 아파트 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는 공간 일까 살 공간인가라는 고민은 나의 오랜 고민이기도 하여 이 극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눈물이 많은 편임에도 영화나 연극을 볼 때에는 거의 울지 않는다. 하지만 슬픈 마음은 있기에 그냥 울어버리고 싶은 마음은 든다. 하지만 울어봤자 바뀌는게 있나.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안난다. 관자놀이만 아프다. 결국 머리만 아프고 눈물은 안 난다. 나는 어떠한 고민 없이 단순히 피해 서사만 강조하여 대상화하고, 관객을 눈물 흐르게 만드는 작품이 싫다. 쉽게 흐르는 눈물같이 단순한 연민의 감정은 금방 사라져 버려서 부질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작품을 볼 때마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소재화 할 때, 최대한 대상화하지 않고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 모든 창작자들의 고민이겠지만.. 너무 어렵다. 일상의 언어부터 늘 고민하고, 신중을 기울여야겠음.. 

 

 

 

 

전환에 사용한 음향이나 영상이 시간의 흐름이나 장소 변화에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극을 속도감 있게 이끌었다고 느껴졌음. 무대 세트 자체에 led 조명이 붙어있어 자연스럽게 연출된 것도 좋았다. 주제 자체가 구조적 모순 - 복합적인 사회 불평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머리가 복잡했지만, 연출이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내려 노력했다고 느꼈음.

 

 키워드: 교육불평등, 부동산, 주거(문제), 아파트,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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