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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벗7월] 우리를 지키는 책, 안톤 체홉<갈매기> 본문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러시아에 간 날. 인천공항에 가는 도중 찍은 사진이다. 아름다운 하늘의 사진인데 그 당시의 내 내면은 어느 때보다도 불안하고, 정말 한 치 앞의 일이 예측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내 삶이 크나큰 소용돌이에 휘말려 나는 정신없이 표류 하는 기분. 몸과 마음이 쳐지고.. 진로에 대한 고민과 불안함을 차단하기 위해 선택한 러시아 베캠行. 하지만 당장 내 몸과 마음을 추스를 여력이 없다 보니 가기 전에 너무 후회스럽고 정말 가기 싫었다. 그 날 내 마음과 다르게 하늘은 너무 아름답고, 따뜻해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러시아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베캠 자체는 진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미봉책이 전혀 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의지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던 경험.
안톤 체홉의 <갈매기>
안톤 체홉의 <갈매기>에서 뜨레플레프는 새로운 예술형식이라는 이상을 꿈꾸지만, 자신의 결핍으로 인하여 무너지는 인물이다. 완전히 환상으로 도피하지 못해 애매하게 무너져가는 그의 이상 세계가 이미지로 그려진다. 하지만 내가 트레블레프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하려는 순간, 니나의 대사는 경종을 울린다. 니나는 현재에 상실의 아픔에 더해 어려운 상황으로 그 자신도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꿈을 좇는 강인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삶은 계속되며, 우리는 버텨내고 인내해야 한다'는 메세지는 우리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말이지 않을까. 체홉이 이야기하려던 바도 바로 그것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함께 서점: http://www.bnl.co.kr/blog.do?b=46066008
체홉은 사실주의 희곡을 썼는데, 평범한 인물들이 자신들의 삶을 지나가는 어떤 사건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수업 들은 바, 선생님이 강조하신 포인트로 체홉 작품에는 특별한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 여태까지 느껴지는 바는 인내, 버텨내야 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우리의 삶은 그냥 흘러가고 있으며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하는 것은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강인한 의지를 다지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현재의 상황과도 여러모로 잘 맞아떨어져 나를 지키는 책이라고 생각되었다.